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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처럼 노래하고 글쓰는 AI…혐오마저 “사람 빼닮았네”
작성일
2022.02.07
조회
9322
불과 2000년대까지만 해도 인간과 인공지능(AI)간 사이는 결코 가깝지 않았다. 인간이 질문하면 AI가 대답하고, 인간이 명령하면 AI가 적합한 결과물을 내놓는 등의 모습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었다. 휴대폰에 카메라를 탑재하는 기술이 혁신으로 여겨졌던 만큼 AI 상용화란 하나의 공상과학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년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 AI는 인간에게 무척 익숙한 존재가 됐다. 예상을 훌쩍 넘어선 속도로 발전해온 AI는 일상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당장 손에 쥔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수십여 AI를 작동시킬 수 있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에도 AI 기술에 접목돼 있고 청소기는 혼자서 집안 곳곳을 청소한다. 집 밖에도 무수히 많은 AI가 존재한다.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승용차가 대표적이다. AI들은 사용자의 욕구를 무서울 정도로 정확히 포착해 적합한 결과물과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인간 생활이 통제받을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하나, 적어도 지금까진 순기능을 중심으로 우리 일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를 ‘AI 어디까지 왔나’로 정하고 AI 발전 현황과 미래 전망 등을 취재해 보도한다. |
[특별취재팀=강주현 팀장|양준규·김기찬 기자]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온 인공지능(AI)는 그동안 인간 고유의 영역처럼 여겨졌던 창작의 영역에 까지 발을 내딛은 상태다. 장편 소설을 내놓은 AI가 있는가 하면 뮤지션으로서의 데뷔를 앞둔 AI도 등장했다.
단 인간과 비슷한 모습으로 발전해온 AI는 범죄와 혐오의 영역까지 인간을 닮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한 사회·윤리 문제가 대두된 건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AI 발전 과정에서 대두된 사회·윤리 문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 개선방향을 찾아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뮤지션 데뷔에 소설 집필까지…‘창작’ 영역까지 진입한 AI
관련업계에 따르면 AI는 창의성을 요하는 창작의 영역까지 진입한 상태다. 뮤지션 데뷔를 눈앞에 둔 가상인간의 등장이 대표적이다. LG전자에 따르면 가상인간 ‘김래아’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외형에 AI기술로 목소리를 입혀 구현된 서울에 사는 23세 여성 설정의 가상 인플루언서다.
김래아는 실제 배우의 움직임과 표정을 7만여건 추출해 딥러닝 기술 등을 통한 학습을 진행했다. 목소리와 언어 등도 4개월간 자연어 정보를 수집하는 학습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지난해 ‘2021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2021)’에서 김래아는 연설자로 깜짝 등장해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서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진 ‘CES2022’에서 김래아는 뮤직비디오 티저를 공개하는 등 올해 첫 앨범을 내고 가수로서 데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향후 김래아의 음악앨범 발매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AI의 창작활동은 이뿐만 아니다. 김태연 작가(소설가)가 출범시킨 AI 스타트업 ‘다품다’는 스타트업 ‘나매쓰(가명)’와 협업해 ‘바람풍’ AI소설가를 개발했다. 김 작가의 감독 아래 바람풍은 지난해 8월 ‘지금부터의 세계’라는 장편 소설을 발간했다.
김 작가는 출간 간담회에서 “바람풍이 동 소설에서 한 역할은 ‘대필작가’다”며 “주제와 인물·이야기 등 전체적인 구성을 짜주면 AI가 그에 맞춰 세부적인 이야기를 채우는 방식으로 소설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동 소설이 동서양 고전과 자신이 썼던 소설 등 1000여권의 자료를 입력해 AI의 딥러닝 소스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시킨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이 소설은 지체장애인 수학자부터 수학과 교수인 벤처사업가, 정신과 의사, 천체물리학자, 스님 등 5명의 주인공이 각자의 시각으로 존재에 대한 비밀을 탐구하는 이야기다.
단 산업공학 전문가들은 AI가 이뤄낸 결과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AI가 어떤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을 거쳤는지에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아직 AI의 작업물을 창작물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상균 강원대학교 산업공학부 교수는 “결국 인공지능은 인간이 입력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일련의 과정을 거쳐 말(글)이나 창작물같은 결과를 도출해내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지능이 있다고 보기엔 어렵다”며 “예컨대 AI가 음악이나 소설같은 창작물을 만들었을 때 사람이 만든 것과 동일한 가치로 해석하기엔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닮아도 너무 닮았나” 혐오·범죄까지 인간 닮는 AI…“정부·기업 함께 고민해야”
AI의 발전은 새로운 사회·윤리적 문제를 불러오기도 했다. AI 챗봇 서비스 ‘이루다’의 성소수자 관련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루다는 성소수자에 대한 질문에 “그딴거 제일 싫어 진심으로, 진심으로 혐오해”, “예민하게 반응해서 미안한데 난 그거 진짜 싫어 혐오스러워…소름끼친다고 해야 하나, 거부감 들고 그래” 등으로 대답하면서 물의를 빚었다.
이루다는 2020년 12월 국내 인공지능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페이스북 메신저 기반으로 출시했다. 20대 여성으로 설정됐던 챗봇 이루다는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것 같다”는 평을 들으며 10~20대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다. 하지만 혐오발언, 개인정보 유출 등 논란이 일면서 지난해 1월 12일 스캐터랩은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악성 이용자들이 이루다와의 대화에서 성희롱을 일삼아 크게 문제가 되기도 했다.
챗봇은 채팅과 로봇의 합성어로 대화기능이 있는 AI를 의미한다. 인공지능형 챗봇은 복잡한 질문에도 응답하고 자기학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이용자의 입력 단어에 따라 의도치 않게 행동해 개인정보 유출 등을 발설하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대표적으로 이루다는 “어디살아”라는 질문에 특정 주소를 언급하면서 개인정보를 노출했다. 수집된 개인 간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걸러지지 않고 노출된 것이다. 이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는 지난해 4월 스캐터랩에 총 1억330만원의 과징금과 과태료를 부과했다. 스캐터랩 자사 앱 서비스 이용자들의 카카오톡 대화를 무단으로 수집하고 이용했다는 이유에서다.
경영학 전문가들은 AI 산업이 발전하면서 생기는 사회적·윤리적 문제들에 대해 정부와 기업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웅희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루다와 딥페이크 악용 등의 문제는 PC(정치적 올바름: Politically Correctness)의 문제다”며 “성소수자나 인종같은 사회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부분과 관련해 말하고 행동하는 데 있어 조심해야 하는데 기업들이 윤리적으로 이러한 부분이 부족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 스스로 AI를 개발하는 데 있어 기업윤리를 명확히 하고 데이터를 수집할 때 사회적·윤리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정부는 이들이 올바른 영업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진행하되 발생한 문제에 있어서는 강력히 처벌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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